조류사진(bird)/새홀리기

새홀리기-매력이 넘치는 녀석

듀크 박지택 2014. 8. 17. 23:32

팔과 다리엔 모기인지 진드기인지에게 물린 자국이 빨갛게 변해있고 내내 간지럽다.  

녀석들 찾으러 산을 내내 뒤지고 다닐 때도 괜찮았는데.  


몇년전 부터 찾아 보고픈 지역이었는데 올해 우연히 찾게 되었다.  둥지를 찾았을 때는 조금은 아쉬웠다.  배경이 이쁘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세마리의 새끼는 이소 직전이다.  



건너편 작은 언덕 위에서 녀석들의 둥지를 수평으로 볼 수 있고,  어미는 언덕 위 아카시아 나무 꼭대기에서 새끼들을 지켜보고 있다.  





둥지 위치가 나뭇가지의 까치집이 아니었기에 녀석들이 들고 나가는 장면에 장애물이 별로 없다.  그런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올해는 녀석들 담을 시간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맑은 날이 별로 없다.  그래도 탐조 다닐때는 중간 중간 맑은날도 계속 되더니 녀석들 제대로 담을만 하면 흐리거나 구름가득이거나 비가 온다.  


흐린 사진 살려내느라 힘들다.  버리기도 아깝고.....

크롭없는 원본 사진 그대로의 사진들.  언제나 첫만남에선 별로 낮가림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만만한 속도는 아니다.  그래서 거의 블러가 나고 만다. 


왼쪽을 보고 있으면 들어가는 장면,  오른쪽을 보고 있으면 둥지에서 나가는 장면.  



정면으로 뛰어내리는 장면을 담아 보려니 뒷배경이 인공구조물이라 보기가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아래에서 담아야만 한다.  


탁트인 장소의 둥지이기 때문인지 멀리서 잠자리 사냥장면을 보고 이제 내려 오겠지 하면 어느새 둥지 앞에 도착해 있다. 엄청난 속도로 밑으로 내려 꽂았다가  수평으로 둥지에 거의 들어갈 때까지 낙하속도만으로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 거의 총알의 속도로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운좋게 마지막 순간에 속력을 멈추고 날개를 펴는 순간에 잠깐의 기회를 준다.  한 두시간 동안 쉬었다가 20-30분 동안 정말 열심히 잠자리 잡아서 새끼들에게 갖다 준다.  그때가 기회이다.  시간은 딱히 정해진 시간은 없는 듯하다.  새끼들이 배고프다고 울기 시작하면 근처에 있으면 사냥을 시작하고 근처에 없으면 한참 후에나 사냥을 시작하는 것 같다.  


아침 저녁시간엔 새를 잡아 온다고들 하고 아침시간에 새를 잡는 것도 보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낮 시간에도 가끔 새를 잡아 오곤한다.   그러나 거의 잠자리와 가끔 매미를 사냥한다.  두마리가 같이 근처에서 내내 사냥할 때도 있지만 한마리만 근처에 보이고 다른 한마리는 근처에 보이지 않을 때도 많다. 

녀석들도 효율성을 따지는지 가끔 잠자리 한마리만 잡아 올 때도 있지만 60-70퍼센터 이상의 비율로 한마리는 입에 한마리는 발에 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  녀석의 사냥 장면을 보고 있으면 한 번 성공하고 다시 두번째 사냥 성공 후 내려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흐린 날엔 잠자리가 오전시간 늦게야 보이기 시작해서 녀석들의 사냥시간도 늦게 시작하는 것 같다.  새들은 보통 오전 이른 시간에 활동을 시작하기에  아침 시간에 새사냥이 비교적 쉬운가 보다.  


저런식으로 날개를 접고 내려오면 멀리서부터 파인더에 넣고 따라와도 담기 쉽지 않다.  크롭왕창 한 사진.  

잠자리 사냥할 때의 방향전환을 보면 정말 예술적인 비행술을 자랑한다.  예전 다른 지역의 새홀리기의 새 사냥장면을 목격했는데 옹벽에 부딪힐 정도의 속도로 돌진하다 옹벽 바로앞에서 원형으로 방향전환해서 위로 솟구치는 장면은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발견하고 첫 사진을 담은 날 첫째가 이소했고 둘째날 오후 둘째가 이소했다.  그리고 다시 이틀 후 셋째가 이소한다.   첫째는 이소후  둥지에선 아예 보이지 않고 둘째와 셋째는 이소 후에도 셋째가 완전히 이소하는 5일 후까지는 둥지에 머무는 시간이 꽤 되었다.  


발견 후 5일째 이제 완전히 둥지를 떠나 근처 야산에 자기들만의 고사목에 자리를 틀었다.  가끔 새끼 세마리가 모여있을 때도 있고,  각각 다른 곳에 떨어져 있을 때도 있다.  그나마 고사목에 앉아 있을 때는 담을 수 있지만 아카시아 나무 꼭대기에 앉아 버리면 담을 수가 없다.  

나름 올해의 경험은 녀석들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장장 60여일 동안의 탐조는 녀석들을 찾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도를 만들고 길도 없는 숲길에서 내가 다닌 길을 지도에 다시 표시하고  빠트린 지역은 다시 방문하고, 녀석들이 날아간 방향을 보고 다시 녀석들의 동선을 그리고 다시 내가 찾아야 할 지역을 정하고 다시 산속을 헤매고 한 시간들이 녀석들을 통하여 보상받고 있는 듯하다.  


작은 동네의 야산엔 길이 없다.  죽어 넘어진 나무에 덩굴이 자라면 길을 만들어야 한다.  모기와 가시가 바지를 뚫고 들어오는 것을 막기위해 겨울바지를 입고 다닌다.  더운 여름날 조금만 걷고 나면 땀이 비오듯 쏟고,  비오는 날 우의입고 산속을 헤매면서도 힘든지 모르면서 다녔던 것을 기억한다.  녀석들은 보다 더 쉬운 곳에 있었다.  

이글을 쓰는 시점엔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 날씨가 더 좋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원하는 장면들 대부분을 얻었다.  녀석들 담기위해 물총새 둥지도 청호반새 둥지도 호반새와 붉은배새매까지 포기하면서 한 여름을 보냈고 이제 그 결실을 얻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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