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발이가 먹이를 놔두자... 2순위 임을 주장하며 검댕이가 먹이를 가지고 날아 간다.
참수리 유조의 부추킴으로 내내 먹이 주위를 맴돌던 흰꼬리수리들과 참수리 유조는 검댕이의 뒤를 쫓기로 한다.
검댕이 : '날 따라 올 생각은 하지마라'
왕발이 : '난 아직도 배고픈데, 저 녀석들 참수리 유조와, 흰꼬리수리들만 아니었으면 저것도 다 내껀데...'
참수리 유조 : '어떻게 뺏은 것인데, 그냥 뺏길 순 없지, 얘들아 가자'
흰꼬리수리들 : '그냥 뺏기진 않는다.'
왕발이를 제외하곤 모두들 결의에 가득차 있다. 뺏기지 않으려는자와 뺏을려는자들.
검댕이는 따라오지마라는 경고의 소리를 계속 내지르며 날아가지만....
이미 왕발이도 만만하게 생각하고 덤벼들었던 녀석들이 그리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터이다.
검댕이도 조금만 거리를 띠워 놓으면 될 줄알고 빙판 위에 내려 앉으려한다.
팔당댐 하류에서 팔당대교 상류는 한강의 폭이 좁다. 흰꼬리수리는 내려 앉아서 먹이를 먹곤하지만, 참수리들은 이곳에 내려오는 법이 거의 없다. 참수리가 허용하는 한계범위보다 좁기 때문이다. 간혹 사람들이 없을 때는 내려 앉은 적이 있지만, 사람의 움직임이 느껴지면 금방 날아가 버리는 곳이 팔당대교 상류지점에서의 참수리의 행동이다.
그곳에 사람들이 삼각대를 세우고 서있다... '참수리도 적응이 되어서 사람들 가까이에서도 사냥을 하는데 이젠 괜찮아' 라고 다들 생각 할 것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하여 내가 기억하는 예전에 찍던 사람들은 그곳에 있을 때는 차안에서 참수리가 나타날 때 까지 기다리다가 참수리가 나타나면 그때 차안에서 나와 참수리를 찍었다.
이곳은 팔당대교 하류는 상류보다 폭이 넓다. 그래서 사진으로 담으면 조그맣게 보인다. 새들로써는 사람들의 행동에 관섭을 덜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새들의 행동이 자유롭다.
흰꼬리수리 : '참수리 유조 형님, 어서 빨리 오이쇼, 혼자는 겁이 나서요, 못 내려 앉겠어요'
참수리 유조 ; '도망가도 소용없어요, 얘들아 내가 왔다'
검댕이 : '귀찮은 녀석, 여기까지 따라왔네, 큰일이야 나겠어'
참수리 유조 : '얘들아 다 모여라, 내가 왔다, 뺏어라, 뺏어라'
검댕이 : '옆에 오지마라, 그냥 가만 두지 않는다. '
참수리 유조 : '겁먹지 말고 공격이다, 공격'
검댕이 : '가까이 오면 죽는다.'
참수리 유조 : '그딴말에 기 죽지마라, 내가 있잖아'
흰꼬리수리들 : '우린 형님만 믿습니다. '
이크, 나는 다음 상황을 생각해서 녀석들에게 조금더 가까운 곳에 다가가려고 자리를 옮기는 순간, 순식간에 난장판이 벌어져 중요한 장면을 놓쳤다.
검댕이 : ' 어, 먹이가 어디로 갔지, 순식간에 사라졌네'
참수리 유조 : '야, 누가 챙겼니'
흰꼬리수리 유조 1 : '제가 챙겼으요, 일단 도망부터 가자'
흰꼬리수리들 : '혼자 먹으면 안됀다, 나눠 먹어야 해'
흰꼬리수리 1 : '알았다, 일단 참수리 부터 어째 좀 해봐라, 무서워 죽겠다. '
검댕이 : '너 잡히면 죽는 줄 알지, 빨리 먹이 버려라'
참수리 유조 : '안돼면, 패스 하는 것 잊지 마라'
흰꼬리수리 : '나는 길 막기조 노력중이다. '
검댕이 : '죽는다..... 아휴, 힘들다. '
참수리 유조 : '우리는 같은배를 탔다. '
멀리서 녀석들의 먹이경쟁이 한창이다. 사실 이 장면은 나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왕발이가 먹이 먹는 것을 보고 성곽에 있던 두 사람에게 연락해서 여기로 오라고 해서 서로 멀리 떨어진 채 같이 담았던 장면이다. 한 분은 거의 사진을 올리지 않는 분이고, 다른 분도 너무 거리가 멀어 동영상으로 촬영만 했다 한다.
흰꼬리수리 1: '헉헉, 나 잡히면 죽을 것 같아, 야, 먹이 패스한다. 받아라'
흰꼬리수리 2 : '야, 나도 그것 받기 싫다. 검댕이 화 엄청 났는데'
검댕이 ; ' 너 그거 내놓지 않을래... '
흰꼬리수리 1 : '야 빨리 받아, 나 숨넘어 갈 것 같아'
흰꼬리수리 2 : '싫다니까'
흰꼬리수리 1 : '미치겠네, 또 내가 들고 도망가야 돼'
검댕이 : '어떤 놈이야, 네가 들고 있니'
흰꼬리수리 들 : '난 몰라요, 나 한텐 없어요. '
검댕이 : '누구야, 누가 들고 있는 거야'
흰꼬리수리들 : '내겐 없어요, 우린 몰라요'
검댕이 : '그럼 내눈에서 안 보이는 곳으로 꺼져 줄래 '
검댕이 : '도대체, 어떤 놈이 들고 튄거야, 어디로 갔어'
흰꼬리수리들 ; '우린, 아무 잘못 없어요. 몰라요'
번짓수를 잘 못 찾은 검댕이는 허둥댄다.
간신히 먹이를 들고 튀는 녀석을 찾아 다시 추격이 시작된다.
녀석들 따라 다니는 나도 힘들다. 녀석들은 날아다니면 되지만, 나는 길도 없는 갈대 숲에서 카메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넘어지고, 내가 더 힘들다. 그나마 다행 인 것은 녀석들이 계속 같은 곳을 이리갔다가 저리갔다가 하면서 맴돌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열심히들 따라다닌다. 녀석들 따라서 나도 열심히 달린다.
녀석들 따라서 달리다 보니 또 중요한 장면을 놓쳤다.
결국 힘에 부친 흰꼬리수리는 먹이를 놓고 만다. 아무도 먹이를 잡지 못하고 먹이는 다시 검댕이 손으로 들어갔다.
검댕이 : '내껏다, 따라오지 마라'
참수리 유조 : '야, 흰꼬리수리들, 너희들 이제 포기할 꺼야. 이제 조금만 더 힘내면 되는데'
흰꼬리수리들 : '우린, 무서워서 혼났어요, 형님이 어째 좀 해봐요.'
검댕이 : '야 유조, 이제 그만 좀 해라. 나도 힘들다. '
참수리 유조 ; '그럴 순 없지요, 얘들이 보는데'
참수리 유조 : '그래 그렇지 힘내라, 흰꼬리수리들아, 이제 목표가 거의 다 보인다. '
검댕이 : '끈질긴 놈이다.'
검댕이 : '안되겠다, 최후의 방법이다. 저기 보이는 예봉산으로 가자'
참수리 유조 : '서라'
검댕이 : '서란다고 설 것 같냐'
참수리 유조 : '얘들아 따라오니 ?'
검댕이가 방향을 틀었다. 녀석이 취하는 최후의 방법은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먹이 싸움이 치열할 때는 들고 산으로 도망가서 나무에 앉으면 대충 상황이 끝난다는 것을 녀석은 안다. 녀석만 아는 것이 아니라 나도 안다.
녀석이 어디로 해서 산으로 갈지 나도 방향을 잘 정해서 녀석이 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점점 강변으로 다가오고 있다. 좋은 징조이다. 이런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내내 멀리에서만 있지만, 어느 순간이 될지 모르지만 녀석은 예봉산을 목표로 정하고 날아 올 때가 있다.
이때는 강변을 걷는 사람들에 대하여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뒤 따라 오는 녀석들에게서 빨리 도망가야 하기 때문에 산으로 들어가는 최단 경로를 선택해서 날아간다. 밑에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신경 쓸 틈이 없다.
전혀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조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녀석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고 나도 산책하는 사람처럼 그저 녀석을 바라보기만 하면서 천천히 걷는다. 마치 녀석에게 무관심한 것처럼...
더 가까이 다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다. 분명 나를 보았지만 나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녀석을 기다린다. 그럼 녀석은 나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를 지나쳐 통과하려고 한다. 녀석이 날아가는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그리고 녀석이 내게 가까이 왔을 때, 녀석이 방향을 바꾸려고 시도했을 때는 이미 내 사정권 안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게 내가 녀석들과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삼각대를 세우지 않는다. 삼각대를 세우고 기다리면 녀석은 날아오다가 미리 방향을 틀어 내게서 멀리 떨어져 날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녀석의 방향을 바꾸게 만드는 훼방꾼이 있다. 나를 향하던 녀석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들고 녀석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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