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사진(bird)/조류관련 에세이

한강 참수리 이야기 1

듀크 박지택 2017. 2. 26. 15:59


[참수리 한강에서 사냥하다]는 책은 2015년 2월까지 한강에서 담은 사진들을 올렸고 사진의 거의 대부분은 캐논 7d와 캐논 400mm do렌즈로 담았다. 2014년 12월 2015년 1,2월에 담은 사진은 캐논 7d mark2와 캐논 400mm do를 사용했기 때문에 화질과 거리에서 불만이 많았다.  참수리 시즌이 끝나고 나서야 캐논 500mm를 샀으니 500mm로 참수리를 담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2월 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2016년에는 거의 매일 한강에 나가 살다시피 했다. 와이프가 출근하는 날 아침부터인 8시경 부터 시작해서 퇴근하는 시간 전인 5시 30분 정도까지 성곽에 주로 많이 있었고 틈틈이 다른 곳에도 열심히 다녔다. 그래서 유난히도 많은 사진들을 담았고 책에는 들어가지 않은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기도 하다. 올해 담은 것까지 하면 책에서 이야기 한 것 만큼이나 많은 것들이 또 쌓여가고, 책에서 담은 사진들 보다 더 좋은 사진들이 많기도 하다.

당시에 다 올리지 못한 사진들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잊어버리기 전에 다시 올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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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추운 날씨를 좋아한다. 눈이 오거나 이렇게 추운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한강에 나간다.

이 날도 예외는 아니다. 몇일 날씨가 추워서 한강에 얼음이 얼었고 나는 이런 날을 기다린다. 추운 날씨는 추위에 강한 새들에게도 힘든 시기이다. 약한 녀석은 결국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죽는 녀석들이 생긴다.  그러면 참수리나 흰꼬리수리는 사냥하지 않고도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단산에 있어야할 검단산 산신령 검댕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그곳에 더 이상 있지 않는다.  어딘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어딘지는 나도 모른다. 녀석을 찾아 나선다.


멀리서 보인다. 한 무더기의 수리들이 모여있다. 이미 대충의 상황은 정리 되었다. 왕발이가 비오리 사체를 차지하고 난 뒤이다. 필시 저 비오리는 흰꼬리수리가 줏어든지 아니면 힘들게 사냥했던지 둘 중의 하나이고, 왕발이는 위협비행으로만 그것을 뺏었을 것이다.  몇년 동안 봐온 녀석의 수법이다.


왕발이 곁에는 검댕이가 몇 년전 부터 호위무사가 되었다.  왕발이가 먹이를 먹으면 근처에서 왕발이를 호위한다. 이 날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왕발이는 검댕이가 그러던지 말든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먹이만 뺏기지 않으면 된다. 별로 건드릴 녀석도 그동안엔 없었으니...


하지만 검댕이는 그게 아니다. 왕발이가 먹이를 남기면 그 다음은 자리차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위의 흰꼬리수리들과는 곧잘 서열 정리를 하곤한다. 


겁없이 덤비는 흰꼬리수리는 힘으로 간단히 제압하고.


대부분의 힌꼬리수리는 검댕이에게 적수가 안된다. 



하지만, 그런 검댕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왕발이는 자기 배가 부를 때까지는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늘 혼자 끝까지 먹는다. 이미 여러차례 아니 몇년을 그렇게 해왔기 때문인지 이 날, 검댕이는 더 이상 왕발이 곁을 지키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포기한다. 왕발이 곁을 지켜도 별 이득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먹이를 해결해야 겠다고 생각한다.  


이제 한강 팔당지구의 최고 서열 왕발이 곁에는 서열을 인정해 주고 지켜주는 검댕이가 없다. 흰꼬리수리 한 두마리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더 무서운 놈이 뒤에 버티고 있다. 참수리 유조.... 겁없는 녀석이다. 서열도 없는 녀석이다. 유조이지만 흰꼬리수리들 보다 서열이 더 높은 녀석이다.


2편은 다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