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리 10 -얘들이 미쳤나봐
1월 22일
1월 21일부터 이상한 날의 연속이다. 비가 온다. 비오는 날 한강에 가봐야 별 볼일 없기에 빈손으로 나와 아이를 성남 봉사활동장소에 내려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런데 나는 어느새 비오는 한강에 서있다. 비오는 날에도 어김없이 강한가운데 바윗돌에 앉아 있는 참수리.
카메라는 없고 망원경만 꺼내서 녀석을 관찰하고 있다. 흰꼬리수리의 사냥 성공을 지켜보던 녀석은 먹이탈취를 위해 비상하고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간다. 망원경속에서 녀석들의 쟁탈전을 지켜본다. 먹이를 뺏지 못한 참수리는 방향를 돌려 산으로 가기위해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날아오는 방향이 정확하게 나를 향해오고 있다. '카메라, 카메라' 하고 외쳐보지만 내겐 카메라가 없다.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비오는 날이다. 망작만 나올 뿐이다.
그리고 22일 아침나절 올들어 처음으로 하남강변둑을 거닐면서 흰꼬리수리와의 사냥감 쟁탈전을 담는다. 그래봐야 먼거리이긴 하지만 그나마 오늘도 한건 했다는 기쁨이 밀려온다. 다시 대교를 건너 덕소쪽, 팔당댐에서 부터 거슬러 내려오면서 상황을 체크해 본다.
비오고 날씨가 따뜻하고, 팔당댐에서도 계속 방류를 하여 얼음이 거의 없어져버렸다. 새들이 앉을 얼음판이 없다. 제길......
로드킬 당한 고라니 한마리.... 도로에서 꺼내어 강변둑 수목지역에 내려놓았다.
구름 가득한 날씨라 별 기대도 없이 식당 강변집 주차장에 앉아 한강을 내려다 본다. 어제처럼 그자리에 앉아 있는 참수리 한녀석을 보면서..... 한시간째 아니 몇시간째 그자리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나랑 마주본 시간만 한시간이지..... 참수리 머리위 하늘로 얘네들 특유의 펄럭거리는 날개짓의 물체가 나를 향해 날아온다. 멀리서 보아도 다른 참수리녀석이라는 것을 알게하는 하얀 견장이 보인다. 기다려, 참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산책하는 사람이 참수리 경로와 마주치자 방향을 약간 바꾼다. 어쩔수 없이 카메라를 녀석을 향해 들고 연사를 날린다. '빛만 좋으면 빛만 좋으면' 짐작은 했지만 전부 검게 나왔다.
5분도 채 안돼 바위위의 녀석이 날아올랐다. 이 녀석도 내가 있는 방향이다. 다시 사정권안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린다. 조금만 더 가까이 와라, 역시 카메라가 녀석을 향하자 방향을 돌린다. 그러나 이미 넌 파인더안에 잡혔다. 역시 전부 시커멓게 나왔다.
까마귀들의 날개짓이 심상치 않아 고라니를 버려둔 곳에 가보았지만 아직은 아무런 소식이 없다. 다시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 좀 전 지점에서 500m쯤 하류로 내려갔다. 그냥 무작정 기다려본다. 5시 5분, 가끔 보이던 말똥가리 녀석이 식당모퉁이를 돌아서 낮게 날아서 나와 수평으로 날아간다. 뭔가 이상하다 하면서 몇장 담은 사진을 확인하니 잿빛개구리매 암컷이다. 건너편은 이녀석이 좋아하는 갈대밭이 많아 있을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녀석은 휑하니 다시 식당모퉁이를 돌아 산으로 가버렸나보다 한참을 찾았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5시 10분 보이지 않던 마지막(?) 참수리의 펄럭임이 보인다. 최대한 내 사정권안에 들어올 때까지는 그냥 산책하는 사람처럼 가만히 서있는다. 그렇게 녀석도 점점 내게로 다가온다. 이 녀석도 딱 걸렸다. 파인더 안에 가득차게 들어오게 담긴 담았지만 역시 역광 또 새카맣게 나왔다. 이렇게 가까이 날아주는 날이 없는데 그것도 세마리가(?).......
집에서 시꺼먼 사진들 살리면서 사진 확인 작업.....
한강엔 세마리의 참수리 성조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산으로 들어가는 세마리의 참수리 사진엔 왕발이가 없다. 그러면 4마리인가. 아니면 한마리가 산으로 들어가는 척하다가 다시 강으로 돌아왔다가 나중에 다시 산으로 가면서 내게 사진으로 담긴걸까? 수십장의 사진을 눈이 빠져라 쳐다 보며 깃털의 상한정도와 모양으로 살펴보아도 어느 녀석이 두번 담겼는지 알 수가 없다.
날씨가 쨍한 날 다시 한 번 이렇게 만났으면 좋겠다.
아래 세 녀석 중에서 두번 나온 녀석있을까요. 시간대 별로 각각 두장씩 첨부해 봅니다.
1번 : 3시 43분에 날아간 녀석 사진 1
1번 : 3시 43분에 날아간 녀석 사진 2
2번 : 3시 49분에 날아간 녀석 사진 1
2번 : 3시 49분에 날아간 녀석 사진 2
3번 : 5시 9분에 날아간 녀석 사진 1
3번 : 5시 9분에 날아간 녀석 사진 2
1번 녀석과 2번 녀석은 분명히 다른 녀석인 것은 확실하고, 3번은 2번과 동일녀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공통점이 있을까요?
3번과 동일 녀석이 없으면 한강엔 4마리의 참수리 성조가 있다는 것이 되는데.....
마지막 왕발이 사진은 2011년도 것, 이 녀석은 발때문에 금방 표시가 난다는.... 요즘 담은 것은 사냥장면 빼고 전부 조그만 것만 있지만 아직도 저 자세 그대로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