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사진(bird)/한강 참수리

한강 참수리들 4- 유조 넌 빠져...

듀크 박지택 2013. 1. 11. 09:09

지난 달 성조 세마리가 상공을 맴도는 장면과 바위에 따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본 후

세마리가 동시에 있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분명 두마리는 강폭이 넓은 곳에서 사냥하는 것같고,  나머지 한마리는 강폭이 좁은 곳을 사냥터 삼은 듯한데 보기가 힘들다.  

두마리는 툭하면 꼭 붙어있다.  마치 연인처럼.....

요 두마리는 먹이다툼도 잘하지 않는다.  아마도 서열이 확실하던지,  아니면 서로 존중해 주던지...

그동안 흰꼬리수리라 생각했던 놈중에서 참수리 유조가 한마리 있었나 보다.  

요놈이 먹이에 대한 집념이 좀 강하다. 

참수리 성조가 먹을때나 사냥 후에는 감히 흰꼬리수리도 건들지 못하는 성조를 끈질지게 쫓아다닌다. 

동네 깡패 까마귀도 참수리에겐 함부로 까불지 못하는데.

요놈 유조는 성조의 먹이를 뺏어 먹을려고 추격전도 하고 대들기도 서슴없이 한다.  


성조 두마리는 요녀석만 나타나면 꽥꽥대며 쫓아버리려고 한다.  

그동안 이 녀석들 울음소리도 모르고 쫓아다녔는데 유조가 나타난 후 자주 듣게된다.  


성조들에겐 미안하지만 요놈 유조덕분에 내가 혜택을 많이 받는다.   


성조가 새끼새 한마리를 잡았다.  

늘상 같이 있는 녀석은 그냥 먼곳에서 꼼짝도 없이 혼자 있고,  이 녀석은 느긋하게 혼자서 식사를 하려고 빙판위에 앉았는데...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던 유조가 성조의 먹이에 한입 거들려고 나타났다.   

성가신 녀석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성조는 캐액, 캐액 소리지르며 산으로 날아간다.   

사람도, 카메라도 무시하고 최단거리로 이동한다. -고맙다 유조야,  앞으로도 종종 부탁한다. ㅎㅎ (사진은  다음에 공개)

한참 동안 추격전과 공중전이 펼쳐진다.  거리는 멀지만 기분은 좋다.  



열심히 싱크로나이즈 중이다. 끈질지게 따라가고, 성조는 경고음 내면서 계속 도망가고....  


거리는 멀지만 녀석이 우는 소리는 가늘지만 잘 들린다.  아마도 이렇게 녀석의 울음 소리를 듣는 것은 처음인 듯하다.  




자신의 새끼 일 수도 있을까?  매는 새끼매가 어미를 따라가면서 먹이달라고 소리치던데....  

이건 성조가 소리치고 있으니, 분명 내꺼 넘보지 마라는 뜻일게다.  




마지막 힘을 내어 뺏어 볼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성조로만 7-8년차인 노련한 사냥꾼의 먹이를 뺏을리 없다.  


결국 먹이는 포기하고 유조는 다시 한강으로, 성조는 산 속 어디간에서 먹이를 다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식사가 끝났기에 녀석은 한강의 빙판위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어느샌가 다시 빙판위로 돌아왔다.   

내가 한강에 나온지 거의 3시간 동안 한자리에만 앉아 있던 녀석도 같이 합세하여 빙판위 얼음 웅덩이 주변에 모였다.  



잠시 후 흰꼬리수리 한마리도 날아와 앉고,  

불청객인 참수리 유조가 나타나자 성조 두마리는 또다시 소리높여 운다.  


가까이 오지마라는 경고소리도 무시하고 유조는 슬금슬금 성조에게로 다가간다.   


이유야 모르겠지만,  자리에 한번 앉으면 좀처럼 날개를 펴지 않는 참수리가 날아서 유조에게 덤벼들고.  



유조는 끝까지 성조들 틈에 끼어들려고 한다. -먹이가 보이지 않는데 성조 발톱에 먹이를 끼고 있는 것일까?


다시 공격시도.  


한강의 까마귀들은 참수리 주변엔 왠간해서 얼씬도 거리지 않는다.  흰꼬리수리가 앉으면 근처에서 치근거리고 공격도 하지만 참수리 주변은 먹이가 있지 않으면 근처에도 잘 가지 않는 편이다.   분명 먹이 지꺼기라도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녀석이 멀리 떨어지지 않을 것 같자. 덩치는 작지만 엄청 무게감있게 왠만해서 잘 움직이지 않는 다른 녀석까지 유조에게 경고메시지.



두마리의 협공에 유조는 자신의 신분을 조금씩 인식하는 것인지, 체력 보충을 위해서 잠시 휴식을 갖는 것인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채 서로 잠시 휴전을 한다.  


성조는 유조 경계중, 유조는 딴청 중..  

 

더 있으면 그 다음 장면들이 재미있을 듯도 하고, 그냥 싱겁게 끝날 듯도 하고. 

와이프가 호출한다.  집에 가자고,   이런 장면 보기 힘들다고 혼자가라고 할까하다가 아쉽지만 철수한다.